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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가 뭐길래 —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이익을 내고도 여기에 매달리는 이유


삼성전자가 2026년 2분기에 낸 영업이익은 89.5조원입니다. 회사 역사상 가장 큰 분기 이익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기사를 열면 이익 이야기보다 파운드리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낯선 단어인데 주가 전망의 중심에 늘 놓여 있습니다.

파운드리가 무엇인지부터 보겠습니다.

반도체 회사는 세 종류입니다

반도체는 설계하는 일과 만드는 일이 나뉘어 있습니다. 이 둘을 어떻게 나눠 갖느냐로 회사가 세 종류가 됩니다.

반도체 회사는 설계만 하는 팹리스, 생산만 맡는 파운드리,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회사 IDM 세 종류로 나뉜다는 설명 팹리스 — 설계만 한다 엔비디아 · 애플 · 퀄컴 파운드리 — 만들어만 준다 TSMC · 삼성전자 파운드리 IDM — 설계도 생산도 한다 삼성전자 메모리 · 인텔
삼성전자는 두 칸에 걸쳐 있습니다. 메모리는 직접 설계하고 직접 만들어 팔고, 파운드리는 남의 설계를 받아 만들어 줍니다.

파운드리 — 남이 그린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 공장에서 찍어 주는 회사입니다. 원래 금속을 녹여 붓는 주조 공장을 뜻하던 말입니다.

팹리스 — 공장(fab)이 없다(less)는 뜻입니다.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깁니다.

빵집에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레시피를 만드는 사람(팹리스), 오븐을 가지고 구워주는 사람(파운드리), 레시피도 만들고 직접 굽는 사람(IDM)입니다.

왜 굳이 나눠서 할까요

공장값 때문입니다. 최신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수십조 원이 듭니다. 설계만 잘하는 회사가 그 돈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엔비디아도 애플도 공장이 없습니다. 설계만 하고 TSMC에 맡깁니다. 대신 파운드리는 여러 고객의 물량을 한 공장에 몰아넣어 공장을 쉬지 않게 돌립니다.

팹리스 파운드리
가진 것 설계 실력 공장
큰 비용 개발 인건비 공장 건설비
잘 되면 이익률이 높다 공장이 꽉 찬다
안 되면 설계가 안 팔린다 빈 공장에 감가상각만 쌓인다

파운드리의 승부처가 여기서 나옵니다. 공장을 비우면 안 됩니다. 그래서 고객을 뺏기는 것이 곧 손실입니다.

그리고 수율이 전부입니다

파운드리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가 수율입니다.

수율 — 만든 것 중에 제대로 나온 것의 비율입니다. 웨이퍼 한 장에서 칩 100개를 찍었는데 70개가 멀쩡하면 수율 70%입니다.

같은 값에 팔아도 수율이 70%인 공장과 90%인 공장은 남는 돈이 완전히 다릅니다. 버리는 30개의 재료비와 전기요금은 이미 나갔기 때문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율이 낮은 공장에 맡기면 받을 수 있는 칩의 수가 줄고 단가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수율 숫자 하나가 수주를 좌우합니다. 뉴스에 “2나노 수율”이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나노 — 회로 선폭을 나타내는 이름표입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최신 공정이고,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넣어 성능이 좋고 전기를 덜 씁니다.

지금 파운드리 시장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2026년 2분기 성적표입니다.

순위 회사 2분기 매출 점유율
1 TSMC (대만) 약 402억 달러 72.5%
2 삼성전자 32억 6,000만 달러 5.9%
3 SMIC (중국) — 5.4%
4 UMC (대만) — 3.9%

상위 10개 회사의 합산 매출은 534억 9,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전 분기보다 11.5% 늘었습니다. 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안에서의 자리입니다. TSMC 한 곳이 시장의 4분의 3을 가져갑니다. 매출로 보면 삼성의 열두 배가 넘습니다.

그리고 밑에서 쫓깁니다. 3위 SMIC와의 차이가 0.5%포인트입니다. 2위 자리가 안전하지 않습니다.

조사업체마다 숫자가 조금씩 다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같은 분기를 TSMC 73%·삼성 7%로 집계했습니다. 무엇을 ’파운드리 매출’로 셀지가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고, 어느 쪽이 틀린 게 아닙니다. 자릿수와 방향만 보면 됩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이익을 냈습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파운드리에서 5.9%인 회사가 역대 최대 이익을 냈습니다.

2026년 7월 30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실적입니다.

항목 2026년 2분기 전 분기 대비
전사 매출 171.5조원 +28%
전사 영업이익 89.5조원 +56%
DS(반도체)부문 매출 127.5조원 —
DS부문 영업이익 89.2조원 —

전사 영업이익 89.5조원 중 89.2조원이 반도체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회사 발표문은 그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DRAM과 NAND가 최대 판매를 기록하며, 1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이익을 낸 곳은 메모리입니다. 파운드리가 아닙니다.

같은 발표문에서 파운드리에 대한 서술은 한 줄이었습니다.

HBM 베이스 다이와 미주 고객 중심의 제품 수요 증가로 매출이 증가하는 등 실적이 개선됐다.

“개선됐다”까지입니다. 얼마를 벌었다는 말은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실적을 따로 떼어 공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색해도 파운드리만의 영업이익은 나오지 않습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는 돈 버는 방식이 다릅니다

메모리에서 이익이 이렇게 나는데도 파운드리에 매달리는 것은 두 사업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파운드리
파는 방식 규격품을 시세대로 고객 주문을 계약으로
값을 정하는 것 그때그때 수급 미리 맺은 계약
좋을 때 값이 몇 배로 뛴다 공장이 꽉 찬다
나쁠 때 값이 원가 밑으로 간다 고객이 안 떠나면 버틴다
성격 오르내림(사이클) 쌓임(고객 기반)

메모리는 쌀이나 기름 같은 규격품입니다. 모자라면 값이 폭등하고 남으면 폭락합니다. 지금 삼성의 이익이 역대 최대인 건 지금이 폭등 구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56% 늘었다는 건 좋은 소식이면서 동시에 경고입니다. 그만큼 빠르게 내려갈 수도 있는 구조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파운드리는 반대입니다. 고객이 한 번 어느 공장에서 칩을 만들기 시작하면, 설계를 다시 맞춰야 해서 쉽게 옮기지 못합니다. 한 번 잡은 고객이 몇 년을 갑니다. 대신 처음 뚫는 것이 아주 어렵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에게 파운드리는 메모리가 내려갈 때 받쳐 줄 바닥입니다. 지금 이익이 최대일 때 굳이 파운드리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뉴스에서 무엇을 보면 되나

파운드리 기사에는 늘 같은 세 단어가 나옵니다. 뜻만 알면 읽힙니다.

단어 무슨 뜻인가 왜 중요한가
2나노 · 4나노 회로가 얼마나 촘촘한 공정인가 최신 공정일수록 비싸게 받는다
수율 만든 것 중 멀쩡한 비율 낮으면 팔아도 남지 않는다
수주 · 고객 확보 누가 맡기기로 했는가 공장을 채우는 유일한 방법

회사가 밝힌 하반기 계획은 이렇습니다.

2나노 2세대 모바일향 양산을 시작하고 선단공정과 AI·HPC향 수주 확대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할 계획

“수주 확대” 가 핵심입니다. 공장을 채울 고객을 데려오겠다는 뜻입니다.

다만 증권사 목표주가나 수율 추정치는 회사가 밝힌 값이 아니라 애널리스트의 추정입니다. 회사 발표문과 섞어 읽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숫자 하나를 두고 정반대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경제지표를 읽을 때 빠지는 세 가지 함정에 정리했습니다.

정리

  • 파운드리는 남의 설계도를 받아 만들어만 주는 반도체 회사입니다. 설계만 하는 곳은 팹리스, 둘 다 하면 IDM 입니다
  • 공장 하나에 수십조가 들어서 나뉜 구조입니다. 파운드리는 공장을 비우면 지는 사업입니다
  • 승부처는 수율 — 찍은 것 중 멀쩡한 비율입니다. 수율이 수주를 좌우합니다
  • 2026년 2분기 점유율은 TSMC 72.5%, 삼성전자 5.9% 입니다. 3위 SMIC와는 0.5%포인트 차이입니다
  •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89.5조원 중 89.2조원이 반도체이고, 그 대부분은 메모리입니다
  • 메모리는 오르내리는 사이클, 파운드리는 쌓이는 고객 기반입니다. 이익이 최대인 지금 파운드리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문과 시장조사업체(트렌드포스·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파운드리 점유율 집계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점유율 수치는 민간 조사업체의 추정치이며 집계 기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손익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으므로, 언론에 나오는 파운드리 적자·수율 수치는 대부분 증권사 추정치입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주가를 전망하지 않으며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문 기준일: 2026년 9월 11일)